입사 동기인 A씨와 B씨는 연봉 계약서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금액을 적었습니다. 그런데 첫 월급날, 서로의 실수령액을 비교해보니 A씨의 통장에 찍힌 금액이 B씨보다 10만 원이나 더 많습니다.
B씨는 당황합니다. “회사가 내 월급만 세금을 더 뗀 건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회사의 실수가 아닙니다. 이는 ‘근로소득 간이세액표’의 작동 원리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결과입니다. 오늘 생활기준선에서는 연봉이 같아도 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달라지는 결정적 변수 2가지를 분석해 드립니다.
1. 월급 세금의 기준: 국세청 ‘근로소득 간이세액표’
회사가 직원에게 월급을 줄 때, 경리 담당자가 임의로 세금을 정해서 떼는 것이 아닙니다. 국세청이 매년 발표하는 [근로소득 간이세액표]라는 거대한 표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 표는 소득 수준과 부양가족 수에 따라 매월 원천징수해야 할 소득세(미리 떼는 세금)가 얼마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월급 실수령액의 차이는 바로 이 표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서 발생합니다.
2. 결정적 변수 ①: 부양가족의 수 (싱글 vs 가장)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나에게 딸린 식구가 몇 명인가’입니다. 우리 세법은 부양해야 할 가족이 많을수록 생활비가 많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여, 매월 떼가는 세금을 줄여줍니다.
실제 예시 (월 급여 300만 원 기준)
- 1인 가구 (싱글): 소득세 약 84,850원 공제
- 3인 가구 (배우자+자녀1): 소득세 약 44,560원 공제
보시다시피 같은 300만 원을 받아도, 부양가족이 있는 직원은 싱글인 직원보다 매월 약 4만 원을 덜 떼입니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따라서 동기보다 내 월급이 적다면, 혹시 내가 부양가족 공제 신청을 안 했거나 동기가 다자녀 가장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3. 결정적 변수 ②: 80%, 100%, 120% 선택의 비밀
많은 분이 모르는 사실 중 하나는, 근로자가 자신의 원천징수 비율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회사에 별도의 요청이 없으면 기본적으로 100%를 떼어가지만, 근로자는 자신의 자금 사정에 따라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80% 선택: “지금 당장 현금이 부족하니 세금을 조금만 떼고 월급을 많이 주세요.”
- 100% 선택: “그냥 기준대로 평범하게 떼어 가세요.” (기본값)
- 120% 선택: “나중에 세금 폭탄 맞기 싫으니, 지금 미리 많이 떼어 가세요.”
만약 내 동기가 80%를 선택했고 나는 100%를 적용받고 있다면, 당연히 동기의 실수령액이 더 많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Tip] 원천징수 비율 변경 방법
회사 경영지원팀이나 인사팀에 ‘소득세 원천징수세액 조정신청서’를 제출하면 변경할 수 있습니다. 단, 너무 자주 바꿀 수는 없습니다.

4. 조삼모사(朝三暮四): 결국 내는 세금은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매월 떼는 세금이 적다고 해서 이득인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매월 떼는 세금(원천징수)은 일종의 ‘예납’ 성격입니다. 정확한 세금은 다음 해 2월 연말정산 때 확정됩니다.
- 매월 적게 뗀 사람 (80%): 당장 월급은 많지만, 연말정산 때 세금을 더 내야 할 확률(토해낼 확률)이 높습니다.
- 매월 많이 뗀 사람 (120%): 당장 월급은 적지만, 연말정산 때 환급받을 확률(13월의 월급)이 높습니다.
결국 1년 치 총 세금은 똑같습니다. 단지 ‘미리 내느냐, 나중에 내느냐’의 시차만 있을 뿐입니다.
5. 정상 범위 체크: 나의 선택 기준은?
그렇다면 어떤 비율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 재테크족 (투자 선호): 80%를 선택하여 매달 들어오는 현금 흐름을 늘리고, 그 돈으로 투자나 적금을 운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 안정 지향형 (목돈 선호): 연말정산 때 세금을 토해내는 스트레스가 싫다면 100%나 120%를 유지하여 나중에 목돈(환급금)으로 돌려받는 것이 낫습니다.
비교보다는 계획이 중요합니다
동기와의 실수령액 차이, 이제 이해가 되셨나요? 회사의 계산 착오가 아니라 부양가족 수와 징수 비율 선택에 따른 차이일 뿐입니다.
당장의 월급 통장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내 소비 패턴과 성향에 맞춰 세금 납부 시기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상여금(보너스)은 왜 월급보다 세금을 더 많이 떼는 것처럼 보일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